38장: 광자와 물질파
Photons and Matter Waves
양자물리의 세계로
37장의 상대성이론이 아주 빠른 세계 의 물리였다면, 이번 장부터는 아주 작은 세계 — 원자와 전자의 세계로 들어간다. 이 세계를 다루는 물리가 양자물리(quantum physics) 이다.
양자물리가 답하는 질문들:
- 별은 왜 빛나는가?
- 주기율표의 규칙성은 어디서 오는가?
- 반도체와 트랜지스터는 어떻게 작동하는가?
- 구리는 전기가 통하는데 유리는 왜 안 통하는가?
화학 전체가 양자물리 위에 서 있으므로, 생명 현상을 이해하는 데에도 양자물리가 필요하다.
양자물리는 일상 기술 속에 있다
- 태양전지(solar cell) : 광자 한 개가 전자 한 개를 들뜨게 한다 — 이번 장의 광전효과
- 디지털카메라 CCD : 화소마다 광자를 전자로 바꿔 세는 장치
- 전자현미경, 플래시 메모리, STM : 물질파와 터널링의 응용
이번 장의 두 가지 핵심 질문
- 빛은 파동인가, 입자인가?
- 간섭·회절은 파동이라 말하고, 광전효과·콤프턴 산란은 입자(광자)라 말한다
- 전자는 입자인가, 파동인가?
- 점처럼 검출되지만, 이중슬릿을 지나면 간섭무늬를 만든다
답: 둘 다이다. 그리고 이 이중성을 정확히 다루는 언어가 확률파(probability wave) 와 파동함수(wave function) 이다.
38.1 광자, 빛의 양자
양자화란 무엇인가
어떤 물리량이 최소 단위의 정수배로만 존재할 때, 그 양이 양자화(quantized) 되어 있다고 하고, 최소 단위를 양자(quantum) 라 부른다.
일상의 비유 — 현금:
- 현금 거래의 최소 단위가 10원이라면, 모든 금액은 n×10원 꼴이다
- 755.5원을 건넬 수는 없다 — 금액은 10원 단위로 양자화 되어 있다
1905년 아인슈타인은 빛(전자기파)의 에너지도 양자화되어 있다 고 제안했다. 그 에너지 양자가 바로 광자(photon) 이다.
광자 한 개의 에너지
진동수 f인 빛의 양자(광자) 한 개가 갖는 에너지는:
E=hf
여기서 h는 플랑크 상수(Planck constant) :
h=6.63×10−34 J⋅s=4.14×10−15 eV⋅s
진동수와 파장의 관계 f=c/λ를 쓰면 E=hc/λ로도 쓸 수 있다.
진동수 f인 빛의 총 에너지는 반드시 hf의 정수배 이다. 0.6hf나 75.5hf 같은 에너지는 존재하지 않는다.
파동 관점 vs 광자 관점
고전 전자기학에서 빛의 에너지는 연속적으로 흐르지만, 양자물리에서는 hf 크기의 덩어리(quanta) 로만 주고받는다.
광자의 흡수와 방출
빛이 물질과 에너지를 주고받는 사건은 원자 단위 에서 일어난다.
- 흡수(absorption) : 광자 하나가 사라지고, 원자가 에너지 hf를 얻는다
- 방출(emission) : 원자가 에너지 hf를 내놓으며 광자 하나가 생겨난다
에너지 크기의 감을 잡아 보자. 편리한 조합 hc=1240 eV⋅nm을 쓰면:
E=λhc=550 nm1240 eV⋅nm≈2.25 eV
가시광 광자 한 개의 에너지는 몇 eV 수준 — 원자 속 전자의 에너지 스케일과 정확히 같다. 그래서 빛과 원자는 서로 잘 반응한다.
예제: 나트륨등이 내뿜는 광자 수
출력 P=100 W인 나트륨등이 파장 λ=590 nm의 빛만 낸다고 하자. 초당 방출되는 광자 수 R는?
광자 한 개의 에너지가 E=hf=hc/λ이므로:
R=광자 한 개의 에너지초당 방출 에너지=hc/λP=hcPλ
값을 대입하면:
R=(6.63×10−34 J⋅s)(2.998×108 m/s)(100 W)(590×10−9 m)
R≈2.97×1020 개/s
초당 1020개 — 낱알성이 전혀 느껴지지 않을 만큼 많다. 그래서 일상에서 빛은 연속적인 파동처럼 보인다.
38.2 광전효과
빛이 전자를 두드려 꺼낸다
깨끗한 금속 표면에 충분히 짧은 파장의 빛을 쬐면 표면에서 전자가 튀어나온다. 이것이 광전효과(photoelectric effect), 튀어나온 전자가 광전자(photoelectron) 이다.
- 1888년경 실험으로 발견되었지만, 고전 파동 이론으로는 설명되지 않았다
- 1905년 아인슈타인이 광자 개념으로 설명 — 1921년 노벨 물리학상
- 오늘날 광센서, 광전관, 이미지 센서의 원리
두 가지 실험 결과가 고전물리를 곤란하게 만들었다. 차례로 보자.
실험 장치
- 진공관 안의 금속 타깃 T에 진동수 f의 빛을 쬔다
- 튀어나온 광전자가 컬렉터 C에 도달하면 회로에 광전류(photoelectric current) i가 흐른다
- 전위차 V의 부호와 크기를 조절할 수 있다
정지 전압
컬렉터를 타깃보다 음(−) 으로 만들면 전자가 감속된다. V를 키우다 보면 어느 값에서 전류가 정확히 0이 된다. 이 값이 정지 전압(stopping potential) Vstop이다.
전류가 0이 되려면 가장 빠른 전자 까지 컬렉터 직전에 되돌아가야 한다. 전하 e가 전위차를 거슬러 오르며 잃는 운동에너지가 eVstop이므로:
Kmax=eVstop
즉 정지 전압을 재면 광전자의 최대 운동에너지 를 알 수 있다.
첫 번째 실험: 세기를 바꿔 보면
빛의 진동수를 고정하고 세기(intensity) 만 바꾸면?
실험 결과 : Kmax는 빛의 세기와 무관하다. 눈부시게 밝은 빛이든 희미한 빛이든 최대 운동에너지는 똑같다.
고전 파동 이론의 예측:
- 센 빛 = 큰 진폭의 전기장 = 전자를 더 세게 흔듦
- 따라서 세기가 클수록 전자가 더 큰 에너지로 튀어나와야 한다 → 틀렸다!
광자 관점의 설명: 전자 하나는 광자 한 개 에게서만 에너지를 받는다. 세기를 높이면 광자 수 가 늘어날 뿐, 광자 한 개의 에너지 hf는 그대로다.
두 번째 실험: 진동수를 바꿔 보면
이번에는 진동수 f를 바꾸며 Vstop을 잰다.
실험 결과 : 문턱 진동수(cutoff frequency) f0가 존재한다. f<f0이면 빛을 아무리 세게 쬐어도 전자가 전혀 나오지 않는다.
고전 파동 이론의 예측:
- 어떤 진동수든 세기만 충분하면 전자가 에너지를 모아 탈출할 수 있어야 한다 → 틀렸다!
광자 관점의 설명: 전자가 금속을 탈출하려면 최소 에너지 Φ가 필요하다. 광자 한 개의 에너지 hf가 Φ보다 작으면, 광자가 아무리 많아도(= 빛이 아무리 세도) 전자는 탈출할 수 없다.
광전 방정식
아인슈타인은 광자 한 개 흡수에 대한 에너지 보존 으로 실험을 정리했다:
hf=Kmax+Φ
- hf: 흡수한 광자 한 개의 에너지
- Φ: 일함수(work function) — 전자가 금속 표면의 전기적 속박을 끊고 탈출하는 데 필요한 최소 에너지 (물질 고유의 값)
- Kmax: 탈출 과정에서 추가 손실이 없었던 가장 운 좋은 전자의 운동에너지
문턱 진동수는 Kmax=0일 때이므로:
f0=hΦ,λ0=f0c=Φhc
정지 전압-진동수 그래프
광전 방정식에 Kmax=eVstop을 대입하고 e로 나누면:
Vstop=(eh)f−eΦ
Vstop을 f에 대해 그리면 직선 이다.
- 기울기 =h/e : 금속 종류와 무관한 보편 상수!
- 가로축 절편 =f0, 세로축 절편(연장선) =−Φ/e
밀리컨의 측정: 기울기에서 h가 나온다
1916년 밀리컨(R. A. Millikan)이 나트륨 타깃으로 잰 데이터에서 직선의 기울기를 읽으면:
eh=ΔfΔV=(11.2−7.2)×1014 Hz2.35 V−0.72 V≈4.1×10−15 V⋅s
여기에 기본 전하 e를 곱하면:
h=(4.1×10−15)(1.6×10−19)≈6.6×10−34 J⋅s
다른 방법으로 측정한 플랑크 상수와 정확히 일치한다. 광자 가설의 강력한 증거였다.
예제: 나트륨의 일함수
밀리컨의 그래프에서 나트륨의 문턱 진동수는 f0=5.5×1014 Hz였다. 나트륨의 일함수를 구하라.
문턱에서는 Kmax=0이므로 광자 에너지 전부가 탈출에 쓰인다:
hf0=0+Φ⇒Φ=hf0
값을 대입하면:
Φ=(6.63×10−34 J⋅s)(5.5×1014 Hz)=3.6×10−19 J
Φ≈2.3 eV
금속마다 다른 일함수
| 금속 | Φ (eV) | 문턱 파장 λ0=hc/Φ |
|---|---|---|
| 세슘 (Cs) | 2.14 | 579 nm (노란빛) |
| 나트륨 (Na) | 2.28 | 544 nm (초록빛) |
| 칼륨 (K) | 2.30 | 539 nm (초록빛) |
| 알루미늄 (Al) | 4.28 | 290 nm (자외선) |
| 백금 (Pt) | 5.65 | 219 nm (자외선) |
- 가시광 으로 광전자를 얻으려면 일함수가 작은 알칼리 금속이 필요하다
- 백금은 자외선을 쬐어야만 전자가 나온다
광전효과 실험실 — 진동수·세기·정지 전압과 금속별 일함수
실생활: 태양전지와 이미지 센서
태양전지 : 반도체 내부의 광전효과. 광자가 전자를 띠틈(band gap) Eg 위로 올려 전류를 만든다.
- 실리콘의 띠틈 Eg≈1.1 eV → λ0=1240/1.1≈1100 nm
- 이보다 긴 파장(적외선 대부분)은 아무리 강해도 발전에 기여하지 못한다 — 광전효과의 문턱 조건과 같은 논리
디지털카메라 CCD/CMOS 센서 : 각 화소가 광자를 흡수해 전자를 만들고, 쌓인 전자 수를 읽어 밝기를 잰다.
- 광자 수를 세는 장치이므로, 어두운 사진의 자글자글한 노이즈 는 광자 수의 통계적 요동이 그대로 보이는 것이다
38.3 광자의 운동량과 콤프턴 산란
광자는 운동량도 갖는다
1916년 아인슈타인은 광자 개념을 확장했다: 에너지 hf인 광자는 선운동량(linear momentum) 도 갖는다.
p=chf=λh
(f=c/λ를 대입한 것이다.)
- 광자는 질량이 없지만 운동량은 있다 — 상대론에서 질량 없는 입자는 E=pc
- 빛이 물질과 상호작용할 때는 에너지와 운동량이 당구공 충돌처럼 한 점에서 전달된다
콤프턴 실험 (1923)
콤프턴(A. Compton)은 파장 λ=71.1 pm의 X선을 탄소 타깃에 쬐고, 여러 산란각 ϕ에서 산란된 X선의 파장을 측정했다.
산란된 X선에는 두 개의 봉우리 가 나타났다: 원래 파장 λ 그대로인 봉우리와, Δλ만큼 길어진 봉우리 λ′. 이동량 Δλ — 콤프턴 이동(Compton shift) — 는 산란각이 클수록 커졌다.
고전물리의 예측은?
고전 전자기학으로 생각해 보자:
- 입사 X선은 진동수 f로 진동하는 전자기파
- 타깃의 전자는 이 파의 전기장에 밀려 같은 진동수 f로 진동한다
- 진동하는 전자는 작은 안테나처럼 같은 진동수의 전자기파를 재방출해야 한다
즉 산란된 X선의 파장은 입사 X선과 같아야 한다. 그러나 실험은 더 긴 파장 을 보여 주었다. 또 하나의 고전물리 실패.
광자 그림: 광자-전자 충돌
콤프턴의 해석: 광자 한 개가 거의 자유로운 전자 한 개와 탄성 충돌 한다. 광자가 에너지·운동량 일부를 전자에게 주므로, 산란 광자는 에너지가 줄고(E′=hf′<hf) 파장이 길어진다(λ′>λ).
이제 에너지·운동량 보존으로 Δλ를 정량적으로 유도하자.
유도 1단계: 에너지 보존
정지한 전자(질량 m)에 광자가 충돌하여, 광자는 각 ϕ로, 전자는 각 θ로 튀어 나간다.
에너지 보존:
hf=hf′+K
전자는 빛의 속도에 견줄 만큼 빨라질 수 있으므로 상대론적 운동에너지 를 써야 한다 (37장):
K=mc2(γ−1),γ=1−(v/c)21
f=c/λ, f′=c/λ′를 대입하고 양변을 c로 나누면:
λh=λ′h+mc(γ−1)(1)
유도 2단계: 운동량 보존
광자의 운동량은 h/λ(입사), h/λ′(산란), 전자의 상대론적 운동량은 p=γmv이다. 2차원 충돌이므로 성분별로:
x:λh=λ′hcosϕ+γmvcosθ(2)
y:0=λ′hsinϕ−γmvsinθ(3)
식 (1), (2), (3)에는 다섯 변수 λ,λ′,v,ϕ,θ가 들어 있다. 우리가 원하는 것은 Δλ=λ′−λ와 ϕ의 관계이므로, 전자에 관한 v와 θ를 소거 한다.
유도 3단계: θ 소거
식 (2), (3)을 전자 항이 홀로 남게 정리한다:
γmvcosθ=λh−λ′hcosϕ,γmvsinθ=λ′hsinϕ
양변을 각각 제곱해 더하면 cos2θ+sin2θ=1이므로 θ가 사라진다:
γ2m2v2=λ2h2−λλ′2h2cosϕ+λ′2h2(4)
(전개 과정: cosϕ의 교차항 −2λhλ′hcosϕ만 남고, sin2ϕ+cos2ϕ=1로 λ′2h2 항이 합쳐진다.)
유도 4단계: v 소거
에너지식 (1)을 γmc=mc+λh−λ′h로 정리하고 제곱하면:
γ2m2c2=m2c2+2mc(λh−λ′h)+(λh−λ′h)2(5)
여기서 항등식을 하나 쓰자. γ2(c2−v2)=c2이므로:
γ2m2c2−γ2m2v2=m2c2
식 (5)에서 식 (4)를 빼면 좌변이 정확히 m2c2가 되어 v도 사라진다.
유도 5단계: 정리
식 (5) − 식 (4)를 쓰면 ((λh−λ′h)2 전개 시 λ2h2+λ′2h2 항이 약분된다):
m2c2=m2c2+2mch(λ1−λ′1)−λλ′2h2+λλ′2h2cosϕ
0=2mchλλ′λ′−λ−λλ′2h2(1−cosϕ)
양변에 2mchλλ′를 곱하면:
Δλ=λ′−λ=mch(1−cosϕ)
콤프턴의 실험 결과와 정확히 일치한다.
콤프턴 파장
Δλ=mch(1−cosϕ)
앞의 상수 h/mc를 콤프턴 파장(Compton wavelength) 이라 한다. 전자에 대해:
mech=(9.11×10−31)(3.00×108)6.63×10−34=2.43 pm
- ϕ=0 (스쳐 지나감): Δλ=0 — 에너지 전달 없음
- ϕ=180° (정면 되튐): Δλ=2h/mc=4.86 pm — 최대 전달
- 이동 없는 봉우리 의 정체: 원자에 단단히 묶인 전자와의 충돌은 사실상 원자 전체(m이 약 22,000배)와의 충돌 → Δλ가 22,000배 작아져 측정 불가
예제: 콤프턴 산란의 이동량
파장 λ=22 pm의 X선이 탄소 타깃에서 산란되어 ϕ=85°에서 검출된다. (a) 콤프턴 이동은? (b) 광자가 잃는 에너지 비율은?
(a) 산란 상대는 전자이므로 h/mec=2.43 pm을 쓴다:
Δλ=(2.426 pm)(1−cos85°)=(2.426)(1−0.0872)≈2.21 pm
(b) 잃는 비율은 EE−E′=hc/λhc/λ−hc/λ′=λ′λ′−λ=λ+ΔλΔλ:
λ+ΔλΔλ=22+2.212.21≈0.091=9.1%
Δλ 자체는 λ와 무관하지만, 비율 은 λ가 짧을수록 크다. 가시광(λ≈500 nm)이면 비율이 10−5 수준이라 관측이 어렵다 — 콤프턴이 X선을 쓴 이유다.
빛은 확률파다: 이중슬릿 다시 보기
35장의 영(Young) 이중슬릿 실험에서, 스크린 자리에 작은 광자 검출기 D를 놓아 보자.
- 검출기는 무작위한 시간 간격으로 딸깍! 하고 광자를 하나씩 흡수한다 (입자성)
- 검출기를 위아래로 옮기면 클릭 빈도 가 밝은 무늬 자리에서 크고, 어두운 무늬 자리에서 작다 (파동성)
이 실험을 정리하는 관점:
어느 점 근처의 작은 부피에 광자가 검출될 확률(단위 시간당)은 그 점에서 빛의 전기장 진폭의 제곱 Em2에 비례한다.
빛은 전자기파이면서 동시에 확률파(probability wave) 이다 — 파동이 각 점에 광자 검출 확률을 실어 나르고, 검출은 낱개의 광자로 일어난다.
단일 광자 실험
"광자가 많아서 서로 간섭하는 것 아닐까?" — 1909년 테일러(G. I. Taylor)가 검증했다.
- 광원을 극도로 어둡게 하여 장치 안에 광자가 한 번에 한 개 만 있게 했다
- 그래도 오래 기다리면 스크린에 간섭무늬가 쌓였다! 광자 하나가 두 슬릿을 모두 지나 자기 자신과 간섭한 것이다
- 1992년 실험(Lai & Diels)은 슬릿 대신 거의 정반대 방향 의 두 경로로도 같은 결론을 얻었다
이중슬릿 실험의 모든 버전은 세 가지로 정리된다:
- 빛은 광원에서 광자로 생성 된다
- 빛은 검출기에서 광자로 흡수 된다
- 빛은 그 사이를 확률파로 이동 한다 — 검출 위치는 확률로만 예측된다
38.5 전자와 물질파
드브로이의 대칭 논리 (1924)
프랑스의 드브로이(Louis de Broglie)는 대칭성에 호소했다:
- 빛은 파동 인데, 에너지와 운동량은 점(광자) 으로 전달한다
- 그렇다면 전자 같은 입자 의 빔도 파동 성질을 갖지 않을까?
광자에 쓰던 p=h/λ를 뒤집어, 운동량 p인 입자에 파장을 부여하자:
λ=ph(드브로이 파장)
움직이는 모든 입자는 물질파(matter wave) 로 행동한다는 대담한 가설이다.
왜 야구공의 파동성은 안 보일까
- 전자: λ가 원자 크기(~0.1 nm) → 결정 격자가 훌륭한 "슬릿"이 되어 회절이 보인다
- 야구공: λ∼10−34 m → 어떤 구조물보다도 압도적으로 작아 파동성이 드러날 수 없다
실험 검증: 전자 회절
1927년 데이비슨-저머(Davisson–Germer)와 톰슨(G. P. Thomson)이 독립적으로 확인했다.
같은 파장의 X선과 전자빔을 각각 알루미늄 결정 가루 타깃에 쬐면:
- X선(전자기파): 동심원 회절 무늬
- 전자빔(물질파): 기하학적으로 똑같은 동심원 회절 무늬!
전자는 결정 격자에서 파동처럼 회절한다. λ=h/p로 계산한 파장이 실험과 정확히 일치했다. (드브로이는 1929년, 데이비슨과 톰슨은 1937년 노벨상.)
오늘날 전자 회절과 중성자 회절은 고체·표면 구조 분석의 표준 도구다.
전자 이중슬릿: 한 개씩 보내도 무늬가 쌓인다
- 전자 하나하나는 스크린에 점 으로 도달한다 (입자성)
- 수만 개가 쌓이면 간섭무늬 가 나타난다 (파동성)
- 전자 하나가 물질파로서 두 슬릿을 모두 지나 자신과 간섭하고, 그 간섭이 도달 확률 을 결정한다
빛에서 본 확률파 개념이 전자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물질파도 확률파 다.
물질파는 어디까지 확인되었나
이중슬릿(또는 회절) 간섭이 실험으로 확인된 입자들:
- 전자, 양성자, 중성자 — 기본 입자급
- 원자들 (He, Na, ...)
- 1994년: 요오드 분자 I2 (전자보다 50만 배 무겁다)
- 1999년: 풀러렌 C60, C70 — 탄소 60~70개짜리 축구공 분자
물체가 클수록 λ=h/p가 급격히 작아져 파동성이 사라진다. 전자는 자신과 간섭할 수 있지만, 고양이는 자신과 간섭하지 않는다.
예제: 전자의 드브로이 파장
운동에너지 K=120 eV인 전자의 드브로이 파장은?
K가 전자의 정지 에너지(0.511 MeV)보다 훨씬 작으므로 비상대론적으로 p=2mK:
p=2(9.11×10−31 kg)(120 eV)(1.60×10−19 J/eV)
p=5.91×10−24 kg⋅m/s
드브로이 관계식에 대입하면:
λ=ph=5.91×10−246.63×10−34=1.12×10−10 m=112 pm
원자 하나의 크기와 같은 수준이다. 에너지를 높이면 파장은 더 짧아진다.
실생활: 전자현미경
현미경의 분해능은 파장 이 결정한다(36장 회절 한계). 광학현미경은 ~200 nm에서 막히지만, 100 keV 전자의 드브로이 파장은 3.7 pm — 원자 하나까지 구분할 수 있다.
전자현미경이 보여 주는 세계
주사전자현미경(SEM)으로 본 꽃가루. 가시광으로는 절대 볼 수 없는 미세 구조가 드러난다. 전자의 물질파 가 없었다면 불가능한 이미지다.
38.6 슈뢰딩거 방정식
물질파를 기술하는 양은 무엇인가
모든 파동은 "무엇이 진동하는가"로 기술된다:
- 줄의 파동: 변위 y(x,t) / 음파: 압력 / 빛: 전기장 E(x,y,z,t)
- 물질파: 파동함수(wave function) Ψ(x,y,z,t)
Ψ는 일반적으로 복소수 값을 갖는다(a+ib 꼴). 시간과 공간은 분리할 수 있어서:
Ψ(x,y,z,t)=ψ(x,y,z)e−iωt
여기서 ω=2πf는 물질파의 각진동수이고, ψ는 공간 부분이다.
파동함수의 의미: 확률 밀도
ψ 자체는 관측량이 아니다. 물리적 의미를 갖는 것은 절댓값의 제곱이다:
어느 점 근처의 작은 부피에서 입자가 검출될 확률은 그 점의 확률 밀도(probability density) ∣ψ∣2에 비례한다.
복소수 ψ의 절댓값 제곱은 복소켤레(complex conjugate) ψ∗(i→−i로 바꾼 것)를 곱해 계산한다:
∣ψ∣2=ψ∗ψ≥0
ψ가 복소수라도 ∣ψ∣2는 항상 실수이고 음이 아니다 — 확률로 해석할 수 있는 이유다. 빛의 확률파에서 Em2이 하던 역할을 물질파에서는 ∣ψ∣2이 한다.
슈뢰딩거 방정식 (1926)
줄의 파동은 뉴턴 역학이, 빛은 맥스웰 방정식이 지배한다. 비상대론적 입자의 물질파를 지배하는 방정식은 슈뢰딩거(E. Schrödinger)가 제시했다.
퍼텐셜 에너지 U(x) 속에서 x 방향으로 움직이는 입자(1차원)의 경우:
dx2d2ψ+h28π2m[E−U(x)]ψ=0
- E: 입자의 총 역학적 에너지 (질량 에너지는 포함하지 않음)
- 이 식은 더 근본적인 원리에서 유도되지 않는다 — 뉴턴의 제2법칙처럼 그 자체가 기본 원리다
- 검증은 오직 실험: 100년째 모든 실험과 일치한다
자유 입자 꼴로 단순화
U가 일정한 경우(자유 입자는 U=0), E−U는 운동에너지다. 비상대론적으로:
E−U=21mv2=2mp2=2m1(λh)2
마지막에 드브로이 관계 p=h/λ를 썼다. 각파수(angular wave number) k=2π/λ를 도입하면 λ=2π/k이므로:
E−U=2m1(2πkh)2⇒h28π2m(E−U)=k2
슈뢰딩거 방정식이 깔끔해진다:
dx2d2ψ+k2ψ=0,k=h2π2m(E−U)
일반해와 오일러 공식
dx2d2ψ+k2ψ=0의 일반해는:
ψ(x)=Aeikx+Be−ikx
(두 번 미분하면 −k2ψ가 되어 대입 시 항등식이 됨을 바로 확인할 수 있다.)
지수함수와 삼각함수는 오일러 공식(Euler's formula) 으로 오간다:
eiθ=cosθ+isinθ,e−iθ=cosθ−isinθ
시간 인자 e−iωt를 붙이면 Aei(kx−ωt)는 +x 방향, Be−i(kx+ωt)는 −x 방향 진행파 — 16장의 kx∓ωt 규칙 그대로다.
자유 입자의 확률 밀도
+x 방향으로만 움직이는 자유 입자를 보자 (B=0):
ψ(x)=Aeikx
확률 밀도를 계산하면:
∣ψ∣2=∣Aeikx∣2=A2∣eikx∣2
그런데 ∣eikx∣2=(eikx)(eikx)∗=eikxe−ikx=e0=1이므로:
∣ψ∣2=A2=모든 x에서 일정
입자가 어디에서나 같은 확률 로 발견된다! 자동차처럼 "어디를 지나가는 중"이라고 말할 수 없다. 측정하기 전에는 위치라는 것이 정해져 있지 않다.
38.7 하이젠베르크 불확정성 원리
위치와 운동량은 동시에 정확할 수 없다
1927년 하이젠베르크(W. Heisenberg)가 제시한 원리. 입자의 위치 r와 운동량 p를 동시에 무한히 정확하게 측정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Δx⋅Δpx≥ℏ,Δy⋅Δpy≥ℏ,Δz⋅Δpz≥ℏ
여기서 ℏ=h/2π=1.055×10−34 J⋅s ("h-bar")이다.
- Δx, Δpx는 반복 측정값의 퍼짐(표준편차)
- 아무리 좋은 측정 장비를 써도 곱은 ℏ 밑으로 내려가지 않는다
- 기술의 한계가 아니라 물질파라는 본질 에서 나오는 한계다
파동 묶음으로 이해하기
- 파장이 하나뿐인 파(ψ=Aeikx): p=h/λ가 정확(Δp=0) ↔ ∣ψ∣2이 균일해 위치는 완전히 미지(Δx=∞) — 방금 본 자유 입자!
- 위치를 좁히려면 여러 파장을 중첩 해 파동 묶음을 만들어야 하고, 그 대가로 Δp가 커진다
예제: 전자 위치의 불확정성
전자가 x축을 따라 속력 2.05×106 m/s로 움직이는데, 이 속력의 정밀도가 0.50%라 하자. 위치를 동시에 잴 때 최소 불확정성은?
운동량과 그 불확정성:
px=mvx=(9.11×10−31)(2.05×106)=1.87×10−24 kg⋅m/s
Δpx=0.0050px=9.35×10−27 kg⋅m/s
최소 불확정성은 등호일 때이므로:
Δx=Δpxℏ=9.35×10−271.055×10−34≈1.13×10−8 m≈11 nm
원자 지름의 약 100배. 전자를 "궤도를 도는 작은 공"으로 그릴 수 없는 이유다.
38.8 퍼텐셜 계단에서의 반사
넘을 수 있는 턱에서도 반사된다?
에너지 E인 전자들을 x=0에서 퍼텐셜 에너지가 0→Ub로 뛰는 퍼텐셜 계단(potential step) 에 보낸다. E>Ub이므로 고전적으로는 전부 통과해야 한다(속도만 느려질 뿐).
그러나 전자는 물질파다 — 슈뢰딩거 방정식을 풀면 일부는 반사 된다.
경계 조건과 반사 계수
각 영역에서 각파수와 일반해는:
ψ1=Aeikx+Be−ikx(x<0),ψ2=Ceikbx(x>0)
k=h2π2mE,kb=h2π2m(E−Ub)
(영역 2에서 왼쪽으로 오는 전자는 없으므로 De−ikbx 항은 버렸다.) x=0에서 ψ와 기울기가 연속 이어야 한다는 경계 조건(boundary conditions) 을 쓰면:
A+B=C(값의 일치),Ak−Bk=Ckb(기울기의 일치)
C를 소거하면 AB=k+kbk−kb. 반사 계수(reflection coefficient) 는:
R=∣A∣2∣B∣2=(k+kbk−kb)2,T=1−R
R는 전자 한 개 가 반사될 확률이다. R=0.010이면 10,000개 중 평균 100개가 반사되지만, 어느 전자가 반사될지는 알 수 없다. 파동에게는 당연한 일이다 — 빛이 유리 표면(매질이 바뀌는 곳)에서 일부 반사되듯, 물질파도 k가 kb로 바뀌는 곳에서 일부 반사된다.
38.9 퍼텐셜 장벽 통과: 터널링
고전적으로 금지된 침입
이번엔 두께 L, 높이 Ub의 퍼텐셜 장벽(potential barrier) 에 에너지 E<Ub인 전자를 보낸다.
- 장벽 안에서는 K=E−Ub<0이어야 하는데, 21mv2은 음수가 될 수 없다
- 따라서 장벽 내부는 고전적으로 금지된 영역 — 전자는 100% 반사되어야 한다
그러나 전자는 물질파다. 파동함수는 장벽 안에서 0이 되지 않고 지수적으로 감소하며 스며들고, 장벽이 얇으면 반대편에 살아서 도달 한다. 이 현상이 터널링(tunneling) 이다.
장벽 속의 파동함수
- 장벽 앞: 입사파 + 반사파가 간섭하여 정상파 무늬
- 장벽 안: ∣ψ∣2이 지수적으로 감소 (진동 없이)
- 장벽 뒤: 작지만 0이 아닌 일정 진폭의 투과파 — 전자가 원래 에너지 E 그대로 나타난다
투과 계수
터널링 확률을 주는 투과 계수(transmission coefficient) 는 (장벽이 충분히 두꺼울 때):
T≈e−2bL,b=h28π2m(Ub−E)
지수함수이므로 T는 세 변수에 극도로 민감 하다:
- 입자의 질량 m이 클수록 급감
- 장벽 두께 L이 두꺼울수록 급감
- 에너지 부족분 Ub−E가 클수록 급감
예제: 전자의 터널링 확률
에너지 E=5.1 eV인 전자가 높이 Ub=6.8 eV, 두께 L=750 pm인 장벽에 입사한다. 투과 확률은?
먼저 b를 계산한다. Ub−E=1.7 eV =2.72×10−19 J이므로:
b=(6.63×10−34)28π2(9.11×10−31)(2.72×10−19)=6.67×109 m−1
2bL=2(6.67×109)(750×10−12)=10.0
T≈e−10.0≈45×10−6
백만 개 중 약 45개가 통과한다. 같은 조건에서 양성자 를 보내면? 질량이 1836배 커서 T≈10−186 — 사실상 0이다.
응용: 주사 터널링 현미경 (STM)
- 탐침-표면 사이 진공 틈이 퍼텐셜 장벽 → 전자가 터널링하여 전류가 흐른다
- T≈e−2bL이 틈 간격에 지수적으로 민감 → 원자 하나 높이 변화도 전류로 감지
- 터널링 연구로 노벨상: 1973년 에사키·지에버·조지프슨, 1986년 비니히·로러(STM)
터널링은 또한 플래시 메모리의 쓰기/지우기, 태양 중심의 핵융합(양성자가 쿨롱 장벽을 터널링)에서도 핵심 역할을 한다.
Review & Summary
핵심 개념
- 광자 : 빛 에너지의 양자. E=hf, 운동량 p=h/λ
- 광전효과 : 광자 한 개 ↔ 전자 한 개의 에너지 보존 hf=Kmax+Φ. 세기는 광자 수만 바꾼다. f<f0=Φ/h이면 방출 없음
- 콤프턴 산란 : 광자-전자 충돌. 에너지·운동량 보존에서 Δλ=mch(1−cosϕ)
- 확률파 : 빛도 물질도, 전파는 파동으로(Em2, ∣ψ∣2이 확률 결정) — 생성·검출은 입자로
- 물질파 : 운동량 p인 입자의 드브로이 파장 λ=h/p
- 슈뢰딩거 방정식 이 ψ를 결정, 불확정성 원리 가 측정의 한계를, 터널링 이 고전적 금지 영역의 통과를 말해 준다
핵심 공식 정리
| 개념 | 공식 |
|---|---|
| 광자 에너지 / 운동량 | E=hf, p=h/λ |
| 광전 방정식 | hf=Kmax+Φ, Kmax=eVstop |
| 콤프턴 이동 | Δλ=mch(1−cosϕ), mech=2.43 pm |
| 드브로이 파장 | λ=h/p |
| 슈뢰딩거 방정식(1D) | dx2d2ψ+h28π2m[E−U]ψ=0 |
| 불확정성 / 터널링 | Δx⋅Δpx≥ℏ, T≈e−2bL |
기억할 것:
- h=6.63×10−34 J⋅s, ℏ=h/2π, hc=1240 eV⋅nm
- 빛도 전자도: 파동으로 이동하고, 입자로 검출되며, 확률로 예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