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장: 전류와 저항
Current and Resistance
정지한 전하에서 움직이는 전하로
지난 다섯 장(21~25장)에서 우리는 정전기학(electrostatics) — 정지한 전하의 물리 — 을 공부했다. 이제부터 두 장에 걸쳐 움직이는 전하, 즉 전류(electric current) 를 다룬다.
- 기상학자는 번개와 대기 중의 전하 흐름을 연구한다
- 생리학자는 신경을 타고 흐르는 전류로 근육 제어를 이해한다
- 전기공학자는 전력망, 통신, 데이터 저장 — 모두 전류의 제어다
- 스마트폰 결제부터 지하철 운행까지, 일상은 전류 위에서 돌아간다
이번 장의 목표: 전류가 무엇인지, 왜 어떤 물질에서는 잘 흐르고 어떤 물질에서는 흐르지 못하는지 이해하는 것이다.
이번 장의 세 가지 핵심 질문
- 전류란 정확히 무엇인가? i=dtdq
- 전류의 크기는 무엇이 결정하는가? — 저항과 저항률, 그리고 옴의 법칙 R=iV,R=ρAL
- 전류가 흐르면 에너지는 어디로 가는가? — 전력과 저항 발열 P=iV=i2R=RV2
26.1 전류
고립된 도선에는 전류가 없다
구리 도선 안에는 전도 전자(conduction electrons) 가 가득하다. 이 전자들은 약 106 m/s의 엄청난 속력으로 무작위 운동 을 하고 있다.
- 도선 속에 가상의 단면을 하나 놓아 보자
- 전자들이 매초 수십억 개씩 단면을 양방향으로 통과한다
- 왼쪽으로 가는 수와 오른쪽으로 가는 수가 정확히 같다
- 알짜 전하 수송이 0이므로 전류는 0 이다
움직이는 전하가 있다고 해서 모두 전류가 되는 것은 아니다. 알짜 흐름 이 있어야 전류다.
물 호스의 비유
정원용 호스로 물이 흐르는 상황을 생각하자. 물 분자 속 양성자(양전하)가 초당 수백만 쿨롬씩 이동한다.
- 그런데 이것은 전류일까? 아니다!
- 물 분자 속 전자(음전하)도 정확히 같은 양이 같은 방향으로 이동한다
- 양전하의 흐름과 음전하의 흐름이 상쇄되어 알짜 전하 수송은 0
전류가 되려면 어느 한쪽 부호의 전하가 더 많이 흘러야 한다. 이번 장에서는 주로 금속 도체 속 전도 전자의 정상 전류(steady current) 를 다룬다.
전지를 연결하면
고립된 도체 고리는 전체가 하나의 등퍼텐셜 이다. 내부 전기장이 0이므로 전자에 알짜 전기력이 없고, 전류도 없다.
고리에 전지(battery) 를 끼워 넣으면:
- 고리가 더 이상 등퍼텐셜이 아니다 — 전지가 전위차 를 유지한다
- 도선 내부에 전기장 이 생긴다
- 전기장이 전도 전자에 힘을 가해 알짜 이동을 만든다
- 아주 짧은 시간 안에 흐름이 일정해진다: 정상 상태(steady state)
전류의 정의
도선의 어느 단면을 시간 dt 동안 전하 dq가 통과하면, 그 단면을 지나는 전류(current) 는:
i=dtdq
시간 0부터 t까지 통과한 총 전하는 적분으로 구한다:
q=∫dq=∫0tidt
전류의 단위: 암페어
전류의 SI 단위는 암페어(ampere, A) 이다. SI 기본 단위 중 하나다.
1 A=1 C/s
일상 속 전류의 크기 감각:
| 상황 | 대략적인 전류 |
|---|---|
| 신경 신호 | ∼μA |
| LED 표시등 | ∼20 mA |
| 스마트폰 고속 충전 | ∼2 A |
| 전기 주전자 (2 kW, 220 V) | ∼9 A |
| 자동차 시동 모터 | ∼200 A |
| 번개 | ∼30 kA |
정상 상태에서 전류는 어디서나 같다
정상 상태에서는 도선의 어느 단면을 잡아도 전류가 같다. 단면의 위치나 기울기와 무관하다.
이유는 전하 보존 이다:
- 전하는 도중에 생기지도, 사라지지도, 쌓이지도 않는다
- 한쪽 단면으로 전자가 하나 들어오면, 다른 단면으로 하나 나가야 한다
- 호스에 물이 가득 차 있으면, 한쪽에 한 방울이 들어갈 때 반대쪽에서 한 방울이 나오는 것과 같다
굵기가 변하는 도선에서도 단면을 통과하는 전류 i 자체는 일정 하다. (단위 면적당 흐름은 달라지는데, 이것이 곧 배울 전류 밀도다.)
예제: 물 호스가 나르는 음전하의 전류
정원용 호스로 물이 dV/dt=450 cm3/s로 흐른다. 물 분자 속 전자들 이 나르는 음전하의 전류는 얼마인가?
물 분자(H₂O) 하나에는 전자가 10개 있다 (산소 8개 + 수소 1개 × 2). 초당 지나가는 분자 수를 dN/dt라 하면:
i=e⋅10⋅dtdN
분자 수의 흐름률은 몰질량 M=0.018 kg/mol과 밀도 ρmass=1000 kg/m3로 구한다:
dtdN=MNAρmassdtdV
예제: 물 호스 (계속)
값을 대입하면 (dV/dt=450×10−6 m3/s):
dtdN=0.0186.02×1023×1000×450×10−6≈1.5×1025 개/s
전류는:
i=(1.6×10−19)(10)(1.5×1025)≈2.4×107 C/s
i≈24 MA
무려 2400만 암페어! 하지만 물 분자의 양성자들이 나르는 양전하 전류가 정확히 이를 상쇄 하므로, 알짜 전류는 0이다. 호스를 만져도 감전되지 않는 이유다.
전류의 방향 관습
전지를 연결한 구리 고리에서 실제로 움직이는 것은 음전하인 전자 다. 전자는 전기장과 반대 방향, 즉 −극에서 +극 쪽으로(도선 내부 기준) 움직인다.
그러나 역사적인 이유로 다음 관습을 쓴다:
전류 화살표는 양전하 운반자가 움직일 방향 으로 그린다. 실제 운반자가 음전하여서 반대로 움직이더라도 그렇게 그린다.
왜 이 관습이 문제없을까
대부분의 상황에서는,
- 양전하가 오른쪽으로 흐르는 것과
- 같은 양의 음전하가 왼쪽으로 흐르는 것은
외부에서 볼 때 완전히 같은 효과 를 낸다. 단면을 지나는 알짜 전하 수송이 동일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회로를 분석할 때는 "양전하가 흐른다"고 가정해도 아무 문제가 없다. (효과가 달라지는 예외적인 상황 — 예: 홀 효과 — 에서는 실제 운반자를 따로 밝힌다.)
분기점에서의 전류: 전하 보존
도선이 두 갈래로 갈라지는 분기점(junction) 을 생각하자. 전하가 분기점에 쌓일 수 없으므로:
i0=i1+i2
- 들어온 전류의 합 = 나간 전류의 합 — 다음 장에서 키르히호프 분기점 법칙 으로 다시 만난다
- 도선을 공간에서 어떻게 구부려도 이 관계는 변하지 않는다
전류는 스칼라다
전류에 화살표를 그리지만, 전류는 벡터가 아니라 스칼라 다.
- i=dq/dt에서 전하 q와 시간 t 모두 스칼라 → 전류도 스칼라
- 화살표는 도선을 따라가는 흐름의 sense(어느 쪽으로 도는가)를 나타낼 뿐, 공간에서의 방향이 아니다
- 그 증거: i0=i1+i2는 벡터 합이 아니라 대수 합 이다 — 도선의 공간적 각도와 무관하다
공간에서의 방향까지 담은 벡터량이 필요하다면? 그것이 다음 절의 전류 밀도 J이다.
26.2 전류 밀도
흐름을 국소적으로 보기: 전류 밀도
전류 i는 도선 전체를 지나는 흐름이다. 도체 내부의 한 점 에서 흐름을 묘사하려면 전류 밀도(current density) J를 쓴다.
- 방향: 그 점에서 양전하 운반자가 움직이는 방향 (음전하면 반대)
- 크기: 단위 면적당 전류 — 단위는 A/m2
단면을 통과하는 전류는 전류 밀도를 면적에 대해 적분한 것이다:
i=∫J⋅dA
전류가 단면에 균일하고 dA와 나란하면:
i=JA⇒J=Ai
유선으로 나타낸 전류 밀도
전기장을 전기력선으로 그렸듯이, 전류 밀도는 유선(streamlines) 으로 나타낼 수 있다.
- 도선이 좁아져도 전류 i는 같다 (전하 보존)
- 같은 유선들이 좁은 단면에 모이므로 → 유선 간격이 빽빽해진다
- 유선이 빽빽할수록 전류 밀도 J가 크다: J=i/A에서 A가 작아지면 J 증가
표류 속도: 느린 알짜 이동
전류가 흐르는 도선 속 전도 전자는 여전히 ∼106 m/s로 무작위 운동을 한다. 다만 여기에 전기장 방향과 반대인 아주 느린 알짜 이동, 즉 표류 속도(drift speed) vd가 더해진다.
- 무작위 운동 속력: ∼106 m/s
- 가정용 구리 배선의 표류 속력: 10−5∼10−4 m/s
무려 10자릿수 이상 차이가 난다! 그럼에도 전류를 만드는 것은 이 느린 표류다. 무작위 운동은 평균하면 0이 되어 전류에 전혀 기여하지 못한다.
전류와 표류 속도의 관계 유도
양전하 운반자(밀도 n개/m³)가 모두 표류 속도 vd로 움직인다고 하자. 도선의 단면적은 A이다.
길이 L인 토막 속의 운반자 수는 nAL이므로, 이 토막이 담은 총 전하는:
q=(nAL)e
유도 (계속): J=nevd
이 전하 전체가 토막의 끝 단면을 빠져나가는 데 걸리는 시간은:
t=vdL
따라서 전류는:
i=tq=L/vdnALe=nAevd
양변을 A로 나누면 전류 밀도가 된다. 벡터로 쓰면:
J=nevd⇔J=(ne)vd
ne는 운반자 전하 밀도 (C/m3)이다. 운반자가 양전하면 J∥vd, 전자처럼 음전하면 ne<0이라 J와 vd가 반대 방향 이다.
예제: 구리 도선 속 전자는 얼마나 느리게 기어가나
반지름 r=900 μm인 구리 도선에 전류 i=17 mA가 흐른다. 구리 원자 하나가 전도 전자 하나를 내놓는다고 할 때, 표류 속도를 구하라.
먼저 전도 전자의 밀도 n. 원자 밀도와 같으므로 아보가드로 수, 구리 밀도 ρmass=8.96×103 kg/m3, 몰질량 M=63.5×10−3 kg/mol로:
n=MNAρmass=63.5×10−3(6.02×1023)(8.96×103)
n≈8.49×1028 개/m3
예제: 표류 속도 (계속)
단면적은 A=πr2=π(9.0×10−4)2=2.54×10−6 m2.
i=nAevd를 vd에 대해 풀면:
vd=nAei=(8.49×1028)(2.54×10−6)(1.6×10−19)17×10−3
vd≈4.9×10−7 m/s≈1.8 mm/h
전자의 표류는 시간당 1.8 mm — 달팽이보다 느리다!
그런데 왜 전등은 스위치를 켜자마자 켜질까
전자가 이렇게 느리다면, 스위치에서 전구까지 전자가 "도착"하는 데 몇 시간이 걸려야 하지 않을까?
혼동의 원인: 전자의 표류 속도 와 전기장이 전파되는 속도 는 다르다.
- 스위치를 켜면 전기장의 변화가 도선을 따라 거의 광속 으로 전파된다
- 전구 속 전자를 포함해 도선 곳곳의 전자들이 거의 동시에 표류를 시작한다
- 물이 가득 찬 호스의 밸브를 열면, 압력파가 (물 자체보다 훨씬 빠른) 소리 속도로 전달되어 끝에서 물이 바로 나오는 것과 같다
표류 속도와 전류 — 무작위 열운동에 표류가 더해져 전류가 흐른다
26.3 저항과 저항률
저항의 정의
같은 모양의 구리 막대와 유리 막대에 같은 전위차를 걸면, 흐르는 전류는 하늘과 땅 차이다. 이 차이를 나타내는 물체의 특성이 저항(resistance) 이다.
물체 양단에 전위차 V를 걸고 전류 i를 측정하여 정의한다:
R=iV
단위는 옴(ohm, Ω) : 1 Ω=1 V/A.
i=RV
같은 V라면 저항이 클수록 전류가 작다. 회로에서 정해진 저항을 제공하도록 만든 소자를 저항기(resistor) 라 하고, 회로도에서는 지그재그 모양 기호로 그린다.
저항기의 실물
색 띠(color band)는 저항값을 나타내는 코드다. 모든 전자제품 기판에는 이런 저항기가 수십~수백 개씩 들어 있다.
재료의 성질: 저항률
저항 R은 특정한 물체 의 성질이다. 물체가 아니라 재료 자체의 성질을 말하려면, 전위차 대신 그 점의 전기장 E, 전류 대신 전류 밀도 J로 정의한다:
ρ=JEE=ρJ
이것이 저항률(resistivity) 이다. 단위를 확인하면:
단위(J)단위(E)=A/m2V/m=AVm=Ω⋅m
역수는 전도율(conductivity) σ=1/ρ이고, J=σE로도 쓴다.
저항률은 재료마다 천차만별
실온(20°C)에서의 저항률:
| 재료 | ρ (Ω·m) |
|---|---|
| 은 | 1.62×10−8 |
| 구리 | 1.69×10−8 |
| 알루미늄 | 2.75×10−8 |
| 텅스텐 | 5.25×10−8 |
| 규소 (순수) | 2.5×103 |
| 유리 | 1010∼1014 |
구리와 유리의 저항률은 1020배 이상 차이 난다. 물리량 중 이렇게 재료에 따라 극단적으로 변하는 양은 드물다. 송전선에 구리·알루미늄을 쓰고, 절연체로 유리·고무를 쓰는 이유다.
저항과 저항률을 잇기: R=ρL/A 유도
저항은 물체의 성질, 저항률은 재료의 성질이다.
길이 L, 균일한 단면적 A인 도선에 전위차 V를 걸자. 내부의 전기장과 전류 밀도는 균일하므로:
E=LV,J=Ai
R=ρL/A 유도 (계속)
저항률의 정의에 두 식을 대입한다:
ρ=JE=i/AV/L=iV⋅LA
그런데 V/i가 바로 저항 R이므로:
R=ρAL
- 길이 L이 2배 → 저항 2배 (전자가 겪는 "장애물 구간"이 길어짐)
- 단면적 A가 2배 → 저항 절반 (지나갈 "통로"가 넓어짐)
- 균일한 단면의 등방성 재료에서, 전위차를 양 끝 면 전체에 걸었을 때만 성립
간단 계산: 구리 배선 100 m의 저항
집 안 배선으로 쓰는 단면적 A=1.0 mm2=10−6 m2짜리 구리선 L=100 m의 저항은?
R=ρAL=(1.69×10−8)10−6100
R≈1.7 Ω
- 같은 굵기의 유리 막대 라면? ρ가 1020배 이상 크므로 R∼1020 Ω 이상 — 사실상 전류가 흐르지 않는다
- 배선을 더 길게, 더 가늘게 쓸수록 저항이 커져 손실이 늘어난다
저항률의 온도 의존
대부분의 물리량처럼 저항률도 온도에 따라 변한다. 금속은 넓은 온도 범위에서 거의 선형 으로 증가한다:
ρ−ρ0=ρ0α(T−T0)
- T0: 기준 온도(보통 실온 293 K), ρ0: 그때의 저항률
- α: 저항률의 온도 계수(temperature coefficient of resistivity) — 구리는 4.3×10−3 K−1
- 온도가 차이 로만 들어가므로 °C를 써도 K을 써도 같다
예제: 번개가 떨어진 땅 위의 사람과 소
번개(전류 I=100 kA)가 땅에 떨어지면, 전류는 낙뢰점을 중심으로 한 반구 모양 으로 땅속에 퍼진다. 낙뢰점에서 D=60 m 떨어진 곳에 사람과 소가 서 있다.
- 사람의 두 발 사이 간격: Δr사람=0.50 m
- 소의 앞발-뒷발 간격: Δr소=1.50 m
- 땅의 저항률: ρgr=100 Ω⋅m, 몸의 저항(발과 발 사이): R=4.00 kΩ
반지름 r인 반구면의 면적은 2πr2이므로 그곳의 전류 밀도와 전기장은:
J=2πr2I,E=ρgrJ=2πr2ρgrI
예제: 번개 (계속) — 두 발 사이의 전위차
한 발은 r=D에, 다른 발은 r=D+Δr에 있다. 두 발 사이의 전위차 크기는 E를 적분해 구한다:
V=∫DD+Δr2πr2ρgrIdr=2πρgrI(D1−D+Δr1)=2πρgrID(D+Δr)Δr
이 전위차가 몸(저항 R)에 전류를 흘린다: i=V/R.
사람 (Δr=0.50 m):
ip=2π(100)(100×103)⋅(60)(60.5)0.50⋅40001≈55 mA
근육이 수축해 쓰러지지만 대개 회복된다.
예제: 번개 (계속) — 소가 더 위험하다
소 (Δr=1.50 m)는 발 간격이 3배 커서:
ic≈162 mA
이 정도면 치명적이다.
교훈:
- 위험은 거리 D만이 아니라 두 접지점 사이의 간격 Δr 에 달려 있다
- 벼락이 칠 때 야외에 있다면 두 발을 모으고 웅크려야 한다 — Δr을 줄여 몸을 지나는 전류를 줄이는 것
- 다리가 네 개인 소는 발을 모을 수 없어 낙뢰 사고에 더 취약하다
26.4 옴의 법칙
소자에 전압을 걸어 보면
어떤 소자에 전위차 V를 이리저리 바꿔 걸며 전류 i를 측정해 보자. 두 부류가 나타난다.
- (a) i–V 그래프가 원점을 지나는 직선: 기울기 i/V=1/R이 일정 → 1000 Ω 저항기
- (b) 한쪽 극성에서만, 약 1.5 V 이상에서만 전류가 흐르고 곡선 모양 → pn 접합 다이오드
옴의 법칙의 정확한 의미
옴의 법칙(Ohm's law) : 소자에 흐르는 전류가 걸어 준 전위차에 항상 정비례 한다는 주장. 즉 저항 R=V/i가 V의 크기·부호와 무관하게 일정하다.
주의할 점:
- R=V/i 자체는 저항의 정의 라서 어떤 소자에나 쓸 수 있다 — 다이오드에도 "그 순간의 R"은 정의된다
- 옴의 법칙의 핵심은 R이 V와 무관 하다는 것 — 이를 만족해야 "옴성(ohmic)"
- 재료 버전: 저항률 ρ=E/J가 전기장 E의 크기·방향과 무관하면 그 재료 가 옴의 법칙을 따른다
금속은 전기장이 너무 세지 않는 한 옴의 법칙을 잘 따른다. 왜 그럴까? 미시적으로 들여다보자.
자유 전자 모형
금속의 전도를 설명하는 자유 전자 모형(free-electron model) :
- 전도 전자는 마치 밀폐 용기 속 기체 분자처럼 금속 안을 자유롭게 돌아다닌다
- 전자는 전자끼리 충돌하지 않고, 금속 원자(이온)와만 충돌 한다
- 고전물리라면 전자 속력이 온도에 따라 분포해야 하지만, 양자역학 에 따르면 전도 전자는 온도와 거의 무관한 단일 유효 속력 veff로 움직인다
구리의 경우:
veff≈1.6×106 m/s
충돌과 표류
- 전기장이 없으면: 무작위 충돌의 연속, A에서 B로 — 평균하면 알짜 이동 0
- 전기장 E를 걸면: 같은 충돌을 겪으면서도 경로가 조금씩 밀려 B′에 도착 — 이것이 표류
- 실제 비율은 vd∼10−13veff — 그림은 어마어마하게 과장된 것
미시적 옴 법칙 유도: 가속과 충돌
질량 m인 전자가 전기장 E 속에서 받는 가속도는 뉴턴 제2법칙으로:
a=mF=meE
핵심 가정: 전자는 충돌할 때마다 그동안 얻은 표류 운동량의 "기억을 잃고" 무작위 방향으로 다시 출발한다.
- 충돌과 충돌 사이의 평균 시간을 평균 충돌 시간(mean free time) τ라 하자
- 충돌 직후부터 평균 τ 동안 가속되므로, 임의의 순간에 전자가 갖는 평균 표류 속도는:
vd=aτ=meEτ
미시적 옴 법칙 유도: ρ=m/e2nτ
방금 얻은 vd=eEτ/m와 전류 밀도 관계 vd=J/(ne)를 결합한다:
neJ=meEτ⇒E=(e2nτm)J
이것을 E=ρJ와 비교하면:
ρ=e2nτm
저항률이 전자의 질량, 전하, 밀도, 그리고 충돌 시간만으로 표현된다!
왜 금속은 옴의 법칙을 따르는가
ρ=e2nτm
- m, e: 상수. n: 금속에서는 온도·전기장에 거의 무관
- 남는 것은 τ뿐 — τ가 E와 무관하면 ρ도 E와 무관 → 옴의 법칙 성립
- 실제로 전자의 속력은 veff≈1.6×106 m/s인데 표류는 ∼10−7 m/s
- 전기장을 걸어도 전자의 속력(따라서 충돌 빈도)은 사실상 변하지 않는다 → τ는 E와 무관
금속의 온도를 올리면? 원자 진동이 심해져 충돌이 잦아지고 τ가 줄어 ρ가 커진다 — 앞서 본 저항률-온도 그래프의 미시적 이유다.
예제: 구리 전자의 평균 충돌 시간과 자유 거리
(a) 구리에서 전도 전자의 평균 충돌 시간 τ는?
ρ=m/e2nτ를 τ에 대해 풀고, n=8.49×1028 m−3, ρ=1.69×10−8 Ω⋅m를 대입:
τ=ne2ρm=(8.49×1028)(1.6×10−19)2(1.69×10−8)9.11×10−31
τ≈2.5×10−14 s
전자는 100조분의 2.5초 마다 한 번씩 충돌한다.
예제: 평균 자유 거리 (계속)
(b) 충돌과 충돌 사이에 전자가 이동하는 평균 거리, 평균 자유 거리(mean free path) λ는? (veff=1.6×106 m/s)
λ=veffτ=(1.6×106)(2.5×10−14)
λ=4.0×10−8 m=40 nm
구리 원자 사이 간격의 약 150배 다. 전자는 원자들이 빽빽이 늘어선 사이를 수백 개씩 그냥 지나친 뒤에야 한 번 충돌한다. (고전적으로는 설명이 안 되고, 양자역학이 필요한 대목이다.)
26.5 전력, 반도체, 초전도체
회로에서의 에너지 전달
전지 B가 도선으로 어떤 소자(저항기, 모터, 충전 중인 배터리, ...)에 연결되어 전류 i가 흐른다. 소자 양단의 전위차는 V (단자 a가 높은 전위).
시간 dt 동안 전하 dq=idt가 a에서 b로 이동하며 잃는 전기 퍼텐셜 에너지는:
dU=dq⋅V=idtV
전력: P=iV
에너지 보존에 의해, 감소한 퍼텐셜 에너지는 반드시 다른 형태로 전달된다. 그 전달률(일률)은:
P=dtdU=iV
단위 확인:
1 V⋅A=(1CJ)(1sC)=1sJ=1 W
에너지가 어디로 가는지는 소자에 달려 있다:
- 모터 → 역학적 일
- 충전 중인 배터리 → 화학 에너지
- 저항기 → 열에너지
저항 발열: P=i2R=V2/R
저항기에서는 전자가 원자와 충돌하며 퍼텐셜 에너지를 원자 격자의 진동(열) 으로 넘긴다. 표류 속도가 일정하므로 운동 에너지는 늘지 않고, 잃은 에너지 전부가 열이 된다. 이렇게 전달된 에너지는 되돌릴 수 없어서 소모(dissipation) 되었다고 말한다.
R=V/i를 P=iV에 결합하면 저항기에 대한 두 표현을 얻는다:
P=iV=i(iR)=i2R
P=iV=RVV=RV2
주의: P=iV는 모든 소자 의 전기 에너지 전달률. P=i2R, P=V2/R는 저항에서 열로 바뀌는 경우에만 쓴다.
예제: 니크롬 열선 자르기
니크롬(Ni-Cr-Fe 합금) 열선의 저항이 R=72 Ω이다.
상황 1 — 전선 전체에 120 V를 걸면:
P=RV2=72(120)2=200 W
상황 2 — 전선을 반으로 자르고, 두 토막 각각에 120 V를 걸면? 토막 하나의 저항은 R′=36 Ω (R=ρL/A에서 L이 절반):
P′=36(120)2=400 W⇒2P′=800 W
니크롬 열선 (계속): 공짜 열은 없다
같은 재료, 같은 전압인데 열이 4배! 그럼 열선을 계속 잘라서 무한대의 열을 얻으면 되지 않을까?
- L을 줄이면 R이 줄고, 전류 i=V/R은 커진다
- 전류가 커지면 도선 온도가 급격히 올라간다 (전력은 V2/R∝1/L)
- 너무 짧게 자르면 열선이 녹아 끊어지거나 화재가 난다
- 실제 전열기는 재료의 허용 온도와 전류 용량에 맞춰 길이가 설계된 것
참고: 전기요금 단위 kWh는 에너지 단위다 — 1 kWh=(1000 W)(3600 s)=3.6×106 J.
반도체
반도체(semiconductor) 는 전도 전자가 매우 적지만, 도핑(doping) — 불순물 원자를 미량 첨가 — 으로 운반자를 공급하면 도체처럼 만들 수 있는 재료다.
| 성질 | 구리 (도체) | 규소 (반도체) |
|---|---|---|
| 운반자 밀도 n (m−3) | 8.49×1028 | 1×1016 |
| 저항률 ρ (Ω·m) | 1.69×10−8 | 2.5×103 |
| 온도 계수 α (K−1) | +4.3×10−3 | −70×10−3 |
- 규소의 α가 음수: 온도가 오르면 저항률이 오히려 내려간다
- 트랜지스터, 다이오드 등 모든 전자 소자는 규소의 선택적 도핑으로 만든다
반도체의 온도 거동: n과 τ의 경쟁
ρ=e2nτm
이 식은 반도체에도 적용된다. 온도를 올리면:
- 금속: n은 거의 그대로, 충돌이 잦아져 τ 감소 → ρ 증가 (α>0)
- 반도체: τ도 줄지만, 열에너지가 전자를 풀어 줘 n이 폭발적으로 증가 → ρ 감소 (α<0)
절연체는 전자를 풀어 주는 데 필요한 에너지가 너무 커서 열로도, 웬만한 전기장으로도 운반자가 생기지 않는 재료다. 반도체는 그 문턱이 "아슬아슬하게 낮은" 절연체인 셈이다.
초전도체
1911년 네덜란드의 카메를링 오네스(Kamerlingh Onnes) 는 수은을 약 4 K까지 냉각하자 저항률이 완전히 0 이 되는 것을 발견했다 — 초전도성(superconductivity).
- 저항이 정말 0이다: 초전도 고리에 만든 전류는 전원 없이 몇 년씩 그대로 흐른다
- 1986년 이후 세라믹 고온 초전도체 발견 — 액체 질소(77 K)로 냉각 가능
- 응용: MRI의 초전도 자석, 자기부상열차, 입자가속기
메커니즘(저온 초전도체): 전자들이 쌍(Cooper pair) 을 이루어 움직이며, 격자 변형을 매개로 서로 끌려 원자와의 충돌(저항의 원인)을 회피한다.
초전도체 위에 뜬 자석
액체 질소로 냉각한 초전도체 위에 자석이 공중 부양한다(마이스너 효과). 초전도체가 내부 자기장을 밀어내기 때문인데, 이 현상은 자기장을 배운 뒤(29~32장) 다시 이해하게 된다.
Review & Summary
핵심 개념
- 전류 는 단면을 지나는 알짜 전하의 시간당 흐름이다: i=dq/dt. 방향은 양전하 운반자가 움직일 방향 으로 약속한다
- 전류 밀도 J는 한 점에서의 흐름(벡터), 표류 속도와 J=(ne)vd로 연결된다
- 저항은 물체의 성질 (R=V/i), 저항률은 재료의 성질 (ρ=E/J) — 균일한 도선에서 R=ρL/A
- 옴의 법칙: R (또는 ρ)가 걸어 준 V (또는 E)와 무관하다는 주장 — 금속은 τ가 E와 무관하므로 이를 따른다
- 저항에서 전기 에너지는 열로 소모 된다: P=i2R=V2/R
핵심 공식 정리
| 개념 | 공식 |
|---|---|
| 전류의 정의 | i=dq/dt |
| 전류 밀도와 표류 속도 | i=∫J⋅dA, J=(ne)vd |
| 저항과 저항률 | R=V/i, ρ=E/J, R=ρL/A |
| 온도 의존 | ρ−ρ0=ρ0α(T−T0) |
| 미시적 옴 법칙 | vd=eEτ/m, ρ=m/(e2nτ) |
| 전력 | P=iV (모든 소자), P=i2R=V2/R (저항) |
기억할 것:
- 정상 상태에서 전류는 어느 단면에서나 같다 — 분기점에서 i0=i1+i2
- 전자의 표류는 mm/h 수준으로 느리지만, 전기장은 거의 광속으로 전파된다
- P=iV는 항상, i2R와 V2/R는 저항 발열에만